혼자 혹은 함께, 이번 주 볼 것🎬 X 마실 것🍷
Sep. 2024 l Vol. 8
혼자라서 vs 함께라서 소중한 시간을 위해,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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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품고 삽니다. 갖고 싶고, 가질 수 있는데 내 선택으로 굳이 갖고 있지 않더라도 아쉬울 때가 있는데, 진짜 갖고 싶은데 가질 수 없다면 얼마나 더 욕심이 나겠어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인데 말이죠.
단독 생활을 하고 있는 저는 모든 것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삶이 만족스럽습니다. 2인 이상의 단체 생활에 필요한 규칙이나 제약이 없는 느슨한 일상도 단독 생활의 아주 큰 장점이죠. 사실은 마라탕이 먹고 싶은데 치킨이 먹고 싶다는 상대방을 배려해 마라탕을 양보할 일도 없고요.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언제나 혼자라는 (이러다 고독사하면 어쩌지?) 불안감을 안고 있습니다. 끈끈한 관계를 맺고 합심해 단체 생활을 해내는(!) 부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날도 많고요. 그러다 마라탕도 먹고 싶고, 치킨도 먹고 싶은 날엔 역시 혼자보단 둘이 나은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단독 생활과 단체(결혼) 생활은 각각의 득과 실, 명과 암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갈팡질팡한 마음이지만, 정답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혼자서든, 둘이서든(셋, 넷, 다섯..이든) 좋은 것만 생각하며 살아가도 모자란 시간입니다. 이번호 원스 어폰 어 와인, 우리가 (혼자라서/함께라서)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을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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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프로 혼술러
<혼술남녀> X 페데리코 파테르니나 까바 브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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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와 동생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으로 셋이 함께 떠난 유럽여행인지라 서로가 서로를 많이 의지했고, 맛있는 파스타와 피자, 와인을 매일 먹고 마시며 애틋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여행 6일차 즈음이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좋긴 한데…나, 이제 좀 혼자 있고 싶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어도 너무 오래 붙어 있다 보면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은 순간, 모른다고 하지 않을거죠? 물론 이런 속마음을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저는 일주일 동안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드는 드라마 <혼술남녀>를 틀어 놓고 매일 혼술하는 시간에 몰입했습니다. 열흘만에 마주한 혼술은 고독해서 소중했고, 오랜만이라 그 가치가 더욱 빛났습니다. 2016년도에 방영된 드라마에는 당시 혼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양면성이 담겨 있습니다. '어머, 저 사람 혼자 술 마시네, 같이 마실 사람이 없나봐',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과 오롯이 즐기는 나만의 힐링타임으로 여기는 시선으로요. 물론 저는 혼술을 처량맞다거나 외로운 행위로 보지 않고 그 고독의 가치를 잘 아는 등장인물들과 내적 친밀감을 형성했습니다. 혼술하는 여자, 나아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여행을 떠나며 과년한 여성이 아직 혼자여도 그게 뭐 어때서?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요즘 분위기가 (우리 할머니 제외) 저의 혼술력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드라마 속 각자의 이유로 혼술을 기울이는 이들 가운데 혼술을 가장 예찬하는 인물은 주인공 진정석(하석진, 애주가) 교수입니다. 노량진 공시학원에서 일타 강사인 그는 하루종일 떠드는 직업을 가진 자로서 굳이 떠들지 않아도 되는 혼술하는 시간이, 그 고독이 좋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는데요. 그는 귀에 이어폰을 꼽고 클래식을 들으며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참치회 한접시를 두고 사케를 호록호록 마신다거나 지글지글 구운 대창이나 새우, 대게찜, 바삭한 치킨과 같은 각종 고퀄리티 안주에 거품이 제대로 올라 있는 맥주를 시원~하게 꿀꺽, 꿀꺽 들이키는, ‘밖혼술’파입니다. 맥주는 또 어찌 그렇게 맛있게 마시는지. 진심을 다해 목젖을 꿀렁거리며 맥주를 마셔 제치는 장면을 보면, 평소 배만 부르게 한다며 멀리했던 맥주가 당겨 일주일 동안 캔맥주를 얼마나 마셨는지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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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혼술남녀> 스틸컷. 혼술의 원칙 하나, 고퀄리티 안주와 함께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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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진 교수만큼이나 혼술을 좋아합니다. 제 직업은 하루종일 떠드는 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 결국 사람에게 지친 하루의 끝에 혼자 마시는 술 한잔에는 날카롭고 복잡하게 엉킨 마음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고, 엉망이었던 하루도 잠시나마 희미하게 잊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죠. 저에게 혼술은 오늘 하루 노동에 대한 ‘보상주’이기도, 내일의 노동도 힘내라는 ‘응원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매일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듯 알코올을 몸에 주입하며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주로 영업 종료 시간에 쫓길 필요 없는, 집에서요. 맞아요. 저는 하루종일 가슴을 조이던 브래지어를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잠깐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조차도 누가 보면 부끄러워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헐렁하게 늘어난 티셔츠에 펑퍼짐한 고무줄 바지로 갈아 입고는, 머리카락을 대충 돌돌 말아 올려 묶어 한 군데만 푹 꺼진 소파에 앉아 왼쪽 다리만 산 모양으로 세운채로 좋아하는 영상을 이것저것 돌려보며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 마시는 혼술을 최고로 치는, ‘집혼술’파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 싱글 라이프의 8할은 ‘집혼술’이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 시간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결혼이나 동거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까지 생겼는데요. 왠지 챙겨야 할 가족은 더 늘어날 텐데, 혼술로 충전하는 나만의 시간은 확 줄어들(어 거의 사라질) 것만 같은 부당한(?) 앞날이 눈에 선하거든요. 그 대신 어떤 것을 얻게 될지, 저는 경험해본 적 없고 부딪혀본 적 없으니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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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혼술남녀> 스틸컷. 함께 먹고 마시는 기쁨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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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벌어지지도 않았고 당분간 벌어질 일도 없는 걱정은 접어두고 이 순간, 행복한 고독을 만끽하기로 합니다. 몇날 며칠 맥주로 빵빵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막판에는 맥주 대신 스페인산 뽀글이 한 병을 열었는데요. 가성비 철철 넘치는 까바(Cava)로 손꼽힌다는 페데리코 파테르니나 까바 브뤼(Federico Paternina Cava Brut)입니다. 자렐로(Xarel.lo), 마카베오(Macabeo), 빠레야다(Parellada) 세 가지 백포도 품종을 블랜딩한 스파클링 와인으로, 뽀글뽀글 입안 가득 기분 좋게 간지럽히는 기포가 맥주의 것보다 10배 정도는 왕성하게 움직입니다. 적당한 산미에 은은한 달콤함도 가지고 있고요. 은근 유치한 구석이 있는 드라마를 틀어 놓고 생각 없이 마시기에도 편안한데, 알코올 도수는 11.5%로 맥주보다 2~3배 높아 맥주보다 덜 마셔(덜 배불러)도 더 금방 취기가 오르는 것이 진짜로 가성비가 좋습니다. 제가 애정하는 혼술 안주인 감바스, 광어회와도 궁합이 정말 좋아 순식간에 절반을 비우고는 그날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서는 홀딱 벗은 알몸으로 침대에 대자로 누워 열기를 식히고, 시원하게 소리내어 방귀도 좀 뀌며, 방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긴 머리카락을 보면서도 귀찮으니 내일 치우자고 생각해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 그날 밤, 이게 혼자 사는 맛이지, 낄낄거리면서요. 만약 먼훗날 어찌저찌하여 혼술보다 누군가와 함께 먹고 마시는 기쁨에 도달하게 되더라도 저는 역시 이토록 무질서해도 괜찮은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아쉬워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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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
개봉ㅣ2016, 한국, tvN
출연ㅣ하석진(진정석), 박하선(박하나), 공명, 김기범
한줄평ㅣ나의 혼술 잠재력을 톡 건드린 드라마. 2016년 이후로 나는 프로 혼술러가 됐다.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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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여니고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경험주의자. 안타깝게도, 다행히도, 한두번 경험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가장 끈기 있게 해온 것은 한 회사에서 10년째 글을 쓰고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와인을 좋아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혼술로 충전하는 시간을 (거의 매일) 갖습니다.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면 한때 직장 동료였던 감자가 자주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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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발을 디디고 구름을 바라볼 때
<레볼루셔너리 로드> X 쿠지노 마쿨 안티구랑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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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대다수의 일이 그러하듯, 결혼에는 명암이 있습니다. 우선 밝은 부분이라면 내 편이 생겼다는 안정감, 외롭지 않은 주말, 좀 속물적이긴 하지만 내 집 마련에 좀 더 가까워지겠다는 기대감도 꼽을 수 있을까요. 반면에 자유를 조금은 잃는다는 것, 챙겨야 할 날도 사람도 많아진다는 것, 싸워도 한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 등을 어두운 부분으로 (여기선 이 정도로만) 꼽겠습니다. 다만 경험상(저는 기혼입니다) 이 모든 게 요시땅, 하며 동시에 밀려오기보다는 나름의 시간차를 두고 오고 간 것 같아요. 쓰고 보니 결혼이야말로 빛과 그림자를 아주 부산하게 넘나드는 행위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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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스틸컷.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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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프랭크와 에이프릴 역시 첫 시작은 반짝였습니다. 예술가를 꿈꾸던 프랭크와 배우를 지망하는 에이프릴, 파티에서 만나 서로에게 반한 둘은 결혼 후 뉴욕 맨하탄에서 조금 떨어진 교외 지역의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자리를 잡죠. 번듯한 직장을 가진 남편과 우아한 아내, 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함께 꾸려가는 그럭저럭 살 만한 일상. 게다가 <타이타닉> 이후 다시 만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프랭크)와 케이트 윈슬렛(에이프릴)의 비주얼이 더해졌으니 화려한 샴페인, 적어도 발랄한 스타일의 샤도네이쯤이 어울리지 않을까, 처음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에 들어선 저는 진하디 진한 레드 와인이 절실해졌는데요. 예술은커녕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버린 프랭크, 무대는커녕 매일 육아와 가사에 지쳐가는 에이프릴. 한때 마음 속에 구름 같이 떠 있던 꿈이 모조리 사그라들고 만 이들의 결혼 생활은 폭풍전야처럼 위태로워 보였으니까요. 칠레산 레드 와인을 오픈했습니다.
곧 비를 쏟아낼 것만 같던 먹구름은 불현듯 에이프릴의 제안에 그 무게를 조금 덜어냅니다. 모든 걸 버리고 다시 꿈을 찾아 프랑스 파리로 떠나자는 에이프릴. 처음엔 반색을 표하던 프랭크도 그녀의 설득에 98% 정도는 넘어갈 무렵, 저는 정말 진심으로 이들이 파리로 떠나길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먹구름이 어디 그리 쉽게 가시던가요. 떠나려는 이들의 발길을, 현실은 끈질기게 잡아 끌고 무너져가는 희망에 에이프릴은 절망합니다. 결말 스포는 삼가는 대신, 이 날 마신 와인 ‘쿠지노 마쿨 안티구랑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Cousino Macul Antiguas Reserva Cabernet Sauvignon)’이 결말의 분위기와 꽤나 잘 부합했다는 점만 밝혀 둘게요. 농익은 베리향에 오크향이 꽤나 낭낭하게 존재감을 드러냈고, 탄닌은 의외로 약했습니다. 여기에 살짝의 허브향이 조금은 이질적으로, 그러나 긴 여운으로 남았고요. 진한 자줏빛깔에 처음부터 끝까지 풀바디에 가깝도록 묵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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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스틸컷. 이루지 못한 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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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파리행을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에서 느끼셨을지 모르지만, 저 또한 가슴 한켠에 늘 꿈을 안고 사는 이상주의자입니다. 겉으로 볼 때 그리 나쁘지 않은 일상을 살고는 있지만, 속에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에 대해 갈구하고 미처 하지 못한 걸 후회하며, 그럼에도 언젠가 꿈을 이룬 저의 모습을 공상하고, 로또도 곧잘 사고요. 물론 현실은 분노 유발 회사에 다가오는 대출이며 카드값이며, 로또는 5천원도 한 번 되지 않는 언럭키 비키지만요. 그럼에도 결혼이 내 발목을 잡는다거나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극단적으로 몰아가지는 않으리라,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착 가라앉은 공기를 제 식으로 훌훌 휘저어봅니다. 그러기엔 둘이 함께 뒹굴거리는 주말의 나른함, 아플 때 최대치로 걱정하는 내 편, 맛있는 걸 같이 맛있어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 결혼이 선사한 ‘빛'이 저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하니까요. 그리고 뭐, 유부녀라고 뭐 되지 말란 법 없잖아요? 혹시 아나요. ‘원스 어폰 어 와인’이 무럭무럭 커서 어디선가 베스트셀러가 될지, 그래서 여니고니님과 나란히 <유퀴즈>에라도 출연하게 될지. 자, 또 이렇게 저는 구름 위를 걸을 테니 지상에 계신 독자 여러분은 응원해주시겠어요? 환하게,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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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감자
2말3초를 여행매거진 에디터로 살았고, 지금은 어쩌다 IT 업계에 발 담그고 있습니다. 일단 좋아하면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반복으로 보는 습성이 있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죠. 거북이, 돌고래, 초록 정원에 차려진 와인상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점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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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콘텐츠, 마신 와인, 그외 발견한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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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 경탁주 12도
성시경이 만들었다는 그 탁주, 드디어 맛보았습니다. 성시경 유튜브를 보며 한동안 궁금했다만 품귀 현상으로 구할 수 없었는데요. 감사하게도 선물로 받아서 고이 모셔뒀다가 드디어 두둥, 오픈했어요. 첫 모금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매우 걸쭉하다는 겁니다(요거트 같다는 후기에 아주 동의합니다). 그치만 12%라는 꽤 높은 알콜 도수에도 독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어서 알쓰 친구에게도 권할 만하다, 생각했죠. 그래서 맛있었냐고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뒷 맛을 선호하는 제 입맛엔 솔직히 좀 텁텁하긴 했습니다만(어디까지나 저의 취향일 뿐입니다) 온더락으로 마시니 목넘김이 꽤 부드러워졌습니다. 단, 단맛이 꽤 강한 데다 존재감이 확실한 편이라 거한 안주를 곁들이기보다는 차라리 단독으로 마시거나 아주 가벼운 핑거푸드를 곁들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저의 의견일 뿐입니다.
💲 1세트(2병) 2만8,000원
📺 끝까지 살아남아라
알래스카의 극한 야생 환경에서 살아남기. 16명의 참가자가 도전합니다. 가진 거라곤 침낭과 최소한의 옷가지 정도. 사냥과 낚시를 해서 끼니를 떼워야 하고 불도 직접 피워야 하며 곰의 습격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요즘 제가 즐겨 보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끝까지 살아남아라>에서 벌어지는 상황인데요. 어떻게 저렇게 척박한 곳에서 버틸까 싶은 경외감이 들면서도, 제가 정작 더 흥미롭게 보고 있는 건 그런 극한 상황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부단히 묵묵하게 환경을 만들어가는 반면 누군가는 남의 식량, 심지어 침낭을 훔치기도 하고 더 강한 팀에 합류하기 위해 지금껏 함께해온 팀원들을 한 순간에 배신하기도 하죠. 이 상황에서도 ‘이런 더러운 경쟁은 내가 원하던 도전이 아니다'라며 자진 포기하는 이가 있는 반면 ‘인생 원래 다 이런 것 아니겠냐'며 아랑곳 않고 버티는 이도 있고요. 재밌자고 보기 시작한 리얼리티물에서 성선설과 성악설을 떠올리는 저, 너무 심오한가요? 일단 맥주 한 캔 더 따고 봅니다.
🔖 넷플릭스 리얼리티 시리즈 🎬 시즌 2개
여니고니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 요리사>가 상한가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미 요식업계에서 끗발 좀 날린다는 요리사들 모아놓고 계급을 나눈다는 설정이 조금 불편하지만 각 잡힌 손놀림으로 탄생한 창의적인 음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는 얼마 전 <흑백 요리사>에서 알리오올리오로 20인 요리사에 든 ‘히든 천재’ 김태성 셰프가 운영하는 다이닝 와인바, 포노 부오노에 다녀왔는데요. 짭조름하고 건면의 씹는 맛을 잘 살린 알리오올리오는 지금 생각해도 침이 고일 정도로 정말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알리오올리오가 전부가 아니예요. ‘히든 천재’ 김태성 셰프는 무브 서울, 사브 서울, 모와의 메뉴 개발을 차례대로 이끌었던 수셰프이기도 합니다. 포노 부오노는 그의 이름을 걸고 직접 운영하는 첫 번째 다이닝 와인바이고요. 메뉴는 거를 타선이 없어 특별히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8-7, 2층 🍽️ 다이닝 와인바
🍷 레 코스테 비앙케토(Le Coste Bianchetto)
해산물도 먹고 싶고, 고기도 먹고 싶습니다. 여기에 다 어울리는 와인도 곁들이고 싶고요. 어려운 질문을 받은 포노 부오노의 소믈리에는 망설임 없이 오렌지와인을 추천했습니다. 프로슈토와 치즈, 한치+버섯 볶음과 생선구이, 알리오올리오를 주문하고 이후 양갈비를 추가하겠다고 하니 곧바로 레 코스테 비앙케토를 콕 집어주시더군요. 레 코스테 비앙케토는 프로카니코, 말바시아, 모스카토를 블랜딩한 오렌지와인인데요, 백포도를 사용했지만 껍질과 씨를 함께 발효시켜 산뜻한 해산물은 물론 기름진 음식과도 궁합이 좋았습니다. 초반에 강하게 퍼지는 쿰쿰한 흙내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해지고, 산뜻한 청사과와 시트러스 계열의 쌉싸름한 아로마가 음식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립니다. 밸런스가 이렇게 좋으니 해산물과 육류, 둘 다 어울리는거 아니겠어요?
🇮🇹 이탈리아, 라치오 🍇 프로카니코, 말바시아, 모스카토 💲 7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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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와인 Once Upon a Wine
once_upon_a_wine@drinkingle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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