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내 모든 감각을 지배했던 한 편의 이야기.
Apr. 2025 l Vol. 22
내 인생 한 토막에 성큼 들어온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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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점들이 모여 선을 만들고, 선은 또 다른 면을 만듭니다. 이번 호 레터에서 감자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를 둘러싼 수많은 티끌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일 테고요. 그래서 사실 점이나 티끌이나 그 안에는 작지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를 선한 쪽이든 악한 쪽이든 어디론가 이끌기도 하고, 와르르 부서지거나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거든요. 지금 내게 장착된 취향이라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도, 다 이렇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티끌에서 시작했을 겁니다.
이번 호 레터는 그 티끌 같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내 인생의 한 토막을 지배한 영화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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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생각해요, 인생은 아름다워요
<인생은 아름다워> X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베라 다스띠 레 오르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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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본 영화는 셀 수 없지만, 두 번 본 영화는 셀 수 있습니다. 몇 번을 봤는지 가물가물한 영화가 진짜고요. 그중에서도 앞으로 딱 하나의 영화만 볼 수 있다면 저는 (아직까진) 고민 없이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겠습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세상에서 지금 내가 제일 불행해’와 같은 다소 절망적인 기분일 때 주로 다시 찾는 영화지만, 사실 언제 봐도 완벽하고, 볼 때마다 뭉클한 감동을 주는 제 30대 원픽 영화입니다.
1999년 개봉한 영화를 이해하기까지는 사실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영화 속 곳곳에 설치된 숨은 의도를 해석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영화라는 의미는 아니고요.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희망, 그와중에 유머까지 잃지 않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주인공 귀도(로베르토 베니니)와 도라(네콜레타 브라스키)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10대는 너무 어렸고(보다 잠이 든 것 같습니다), 20대는 자극적인 것을 찾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서른이 지나고 난 어느 날, 하루하루 지날수록 엄마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처럼, 도통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던 영어가 갑자기 술술 귀에 박히는 것처럼, 어느새 저에게 벅차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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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사랑의 결실. 지금 이대로 행복하길, 부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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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이탈리아. 삼촌이 있는 도시 아레초로 향하던 길, 주인공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를 얼떨결에 품에 안고 인사를 건넵니다. “본 조르노, 프린시페사!(안녕, 공주님! Buon giorno, principessa!)”. 처음 본 사람이 저한테 공주님~ 하고 인사하면 참 황당하고 불쾌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생글생글 웃으며 능글맞은 귀도의 인사는 밉지 않습니다. 귀도의 진짜 공주님, 도라도 그런 듯하죠. 약혼자가 있지만 어디선가 자꾸 나타나 공주님이라 부르고 웃게 만드는 이 남자. 유대인에 호텔 웨이터로 일하는 그를 반대하는 부모님과 결국 등을 지고 귀도와의 인생을 선택한 걸 보면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은 귀여운 아들 조슈아(조르지오 깐따리니)입니다.
그리고 조슈아의 다섯 번째 생일날, 영화의 후반부 무대는 어둡고 흉흉한 수용소로 이동합니다. 세계2차대전의 영향으로 유대인을 선별해 무지막지한 노동을 강요했던 잔인한 시대상이 시작되죠. 하지만 귀도는 비인간적인 차별과 강제 노동의 현장을 어린 조슈아에게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귀도는 갑자기 끌려와 어리둥절해하는 조슈아에게 1,000점을 먼저 따는 우승자에게 멋진 탱크를 수여하는 단체 게임이 시작됐다는 거짓말로 기지를 발휘합니다. 그래서 조슈아에게 수용소 생활은 나름대로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귀도에게는 뜨겁고 무거운 쇳덩이를 들어 나르는 하루 일과보다 수용소 방에서 혼자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 조슈아가 더 무거운 무게로 마음을 짓눌렀을 겁니다. 그러나 전쟁 중에도 꽃은 피듯, 눈치가 백단인 귀도는 혹독한 수용소에서도 여자 수용소 어딘가에 있을 도라와 천진난만한 아들 조슈아를 남다른 재치로 이따금씩 웃게 해주는 백점짜리 남편이자 아빠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유머를 터뜨리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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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이 장면에서 귀도 대신 내가 펑펑 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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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화에 이탈리아 와인을 곁들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를 두고 너무 가볍고 화사한 화이트 와인은 탈락이었고요. 열심히 검색한 끝에 어느 정도 바디감이 있지만 명랑하고 재치 있는 대사와 어울릴 만한, 높은 산도가 유지되는 바르베라(Barbera)에 적격 판정을 내렸습니다. 피에몬테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바르베라는 밝고 생동감이 넘치는 레드 와인입니다. 제가 선택한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베라 다스띠 레 오르메(이름 참 길죠)는 짜릿하게 새콤한 버찌와 체리, 앵두, 자두처럼 산도 높은 붉은 과실향이 주를 이루고 시원한 민트와 아카시아, 라일락과 같은 시원하고 향긋한 것이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잃지 않는 귀도네 가족과 무척 잘 어울렸습니다.
살다보니 돈보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순간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비상식적으로 무례한 사람 앞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고 무리하게 끼어든 앞차 뒤에서, 윗집 싱크대 하수관의 누수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리집 천장을 올려다보며,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갖가지 크고 작은 불행에 너무 몰입하지 않으려면 말이죠. 그러니 어떤 불행한 순간이 닥쳐도 조금 가볍게 넘기며 현재의 작은 행복에 집중해보자, 주문을 걸기 위해 저는 종종 이 영화를 다시 돌려봅니다. 그럼 제 인생도 매 순간 아름답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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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개봉ㅣ1999, 이탈리아
장르 | 드라마
감독 | 로베르토 베니니
출연ㅣ로베르토 베니니(귀도), 니콜레타 브라스키(도라), 조르지오 깐따리니(조슈아)
한줄평ㅣ주기적인 재개봉을 응원하는 블랙 코미디 영화의 별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네이버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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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여니고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경험주의자. 안타깝게도, 다행히도, 한두번 경험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가장 끈기 있게 해온 것은 한 회사에서 10년째 글을 쓰고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와인을 좋아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혼술로 충전하는 시간을 (거의 매일) 갖습니다.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면 한때 직장 동료였던 감자가 자주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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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끔 아주 사소한 티끌에 크게 움직인다는 걸, 저는 꽤 어렸을 적부터 알았습니다. 언니의 미술학원에 따라갔다가 보게 된 정물화 하나에 마음이 홀라당 빼앗겨 미대생을 꿈꿨고, 일요일 아침 우연히 보게 된 한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고 언젠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살리라 다짐하곤 했죠. 대학 새내기 때 무심코 마신 ‘몬테스 알파’ 한 잔에 와인은 저의 베스트 주종이 되었고, 약속 시간에 늦는 친구를 기다리며 들른 서점에서 발견한 에세이 한 권에 글 쓰는 행위를 진지하게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예기치 않은 작은 것들이 모여 저라는 세계를 만들었음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매우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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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스틸컷. 그와 그녀가 처음 음악으로 만난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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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또한 제 삶의 티끌 중 하나였습니다. 20대 초반, 이 영화를 보는 저는 언젠가 영화 속 배경인 아일랜드 더블린에 꼭 가보고 말겠다며 꽤 당찬 다짐을 했더랬죠. 그 전까진 잘 알지도 못했던 먼 나라 낯선 도시 감성에 흠뻑 젖은 그 당시의 저는 더블린 거리 사진을 윈도우 배경화면으로 깔아두고 버스 안에서 <원스> OST를 무한 반복해 들으며 영화 속 장소를 누비는 저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글쎄요, 그때의 저는 이 영화가 뭐가 그렇게 좋았던 걸까요. 초저예산에, 그것도 단 일주일만에 후루룩 찍어낸 속성 연출로 전 세계 ‘원스 열풍’을 일으킨 놀라운 역작이라는 평에도 당연히 격하게 동의하지만, 그보다 좀 더 F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냥 왠지 그 우중충한 도시의 거리, 배고픈 버스커, 즉흥적인 음악과 낭만, 뭐 그런 것들이 묘하게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삼각대도 없이 아무렇게나 찍은 것 같은 카메라의 흔들림과 엑스트라인 듯 아닌 듯 무심코 찍혀버린 행인들 덕에 영화가 마치 다큐처럼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했고요. 이 모든 걸 의도했을까 싶은 감독의 천재성에 심히 감탄하는 것으로 저의 젊은 날 한 구간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최근 이 영화를 다시 본 건 참 간만의 일입니다. 얼마 전 처음 맛본 이후로 단숨에 저의 최애 레드 리스트를 꿰찬 ‘시데랄(Sideral)’을 곁들여보기로 했지요. 시데랄은 소위 ‘보르도 블렌드’라 불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까르미네르 등 각기 다른 품종이 섞여 각자의 장점을 조화롭게 뿜어내죠. 그러니까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의미에서 시데랄은 마치 <원스>의 두 주인공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며 살아가는 '그'와 그에게 호기심을 가진 '그녀', 서로가 가진 상처와 현실을 이해하며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상호 보완'의 관계로 보였으니까요. 두 남녀 주인공의 이름조차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그냥 그와 그녀일 뿐), 대사의 반 가까이 되는 분량이 노래 가사로 흐른다는 점에서 결코 명확하고 똑부러지는 영화라 볼 수 없지만, 그 희미하고 애매함에 한때 이 영화를 참 좋아했습니다. 밝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둡지도 않은 분위기, 말할 듯 말하지 않는 남녀의 미묘한 감정선, 거기에 상큼하면서도 농익고 무거우면서도 동시에 개운한 느낌이 드는 와인. 뭐라 딱 꼽아 정의하기 힘든 그 애매한 중간 지점이 개인적으론 매우 만족스러웠거든요. 힘든 현실을 딛고 음악의 힘으로 짠,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맞았다는 결론 대신 지극히 현실적으로 돌아가는 엔딩 또한 매우 다큐스러운데, 이 또한 제가 이 영화를 정말로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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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스틸컷. 명곡 'If You Want Me'의 탄생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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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그래서 저의 더블린 드림은 어떻게 됐냐고요? 저는 영화 <원스>를 정확히 5번 더 보고는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아일랜드 더블린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어학연수라는 명목이긴 했지만 실은 인생에 한 번쯤은 나의 인생 영화 <원스>의 도시에서 꼭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엄마, 아빠는 볼 리 없는) 이 레터를 빌려 늦었지만 고백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생각하는대로 살게 된다’는 여느 자기계발서 속의 진리는 저의 삶을 통해서도 꽤 증명된 걸로 보이네요. 컴퓨터 배경화면 속에 존재하던 더블린 거리를 실제로 쏘다니던 저는 한동안 여행 매거진의 에디터로 살았고, 이토록 꾸준히 와인과 기록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마치 퍼즐 조각처럼, 어떻게든 현실에 박힌 저의 티끌들을 둘러보게 되는 시점입니다. 티끌 하나하나가 시간차를 두고 현실로 다가오는 거라면, 저는 앞으로도 계속 부지런히 티끌 모아 상상을 해야겠습니다. 꼭, 한 번은 더 <원스>의 도시로 가겠다고, 그땐 더블린의 명물 기네스와 위스키를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겠다고요. 그것이 언제가 되었든, 숙성의 시간을 지나 마주한 그때의 제가 꽤 다큐스럽게 이뤄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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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개봉ㅣ2007, 아일랜드
감독 | 존 카니
출연ㅣ글랜 핸사니(그), 마르게타 이글로바(그녀)
장르ㅣ드라마
한줄평ㅣ비현실적이기도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한, 지극히 음악 영화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네이버 영화 |
시데랄 (Sideral)
산지ㅣ칠레, 카차포알 밸리
품종ㅣ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까르미네르 등
도수ㅣ14.5%
특징ㅣ붉은 과실, 체리, 오크, 바닐라, 나무, 가죽, 다크 초콜릿
가격ㅣ4만원대
한줄평 | 함께할 때 비로소 육각형이 될 수 있다는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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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감자
2말3초를 여행매거진 에디터로 살았고, 지금은 어쩌다 IT 업계에 발 담그고 있습니다. 일단 좋아하면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반복으로 보는 습성이 있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죠. 거북이, 돌고래, 초록 정원에 차려진 와인상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점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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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콘텐츠, 마신 와인, 그외 발견한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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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가성비 갑 소비뇽 블랑을 찾았습니다. 별 큰 기대 없이 단돈 1만원으로 구매한 칠레산 소비뇽 블랑, ‘돈레이’입니다. 오? 근데 아주 제법인 거예요. 풋풋한 초록 사과에서 시작해 복숭아를 지나 망고와 같은 열대과일 향까지, 게다가 이 가격대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깔끔한 피시니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뭐든 기대를 덜할 때 더 감동이 더 크게 오는 법이고 컴포트존을 벗어날 때 의외의 수확이 있는 법입니다. (원스 어폰 어 와인 레터를 꾸준히 보신 독자분이라면 아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만이 진정한 답이라 믿던 저에게 ‘야, 너 칠레 가성비 잊었니?’라며 뒤통수 한 대 ‘씨게’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 칠레, 센트럴밸리 🍇 소비뇽 블랑 💲 잘 구하면 9천원대까지 가능
저의 요즘 출퇴근길 메이트, 데이터 전문가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라 칭하는 송길영 작가가 쓴 데이터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책입니다. 기업들은 꽤 자주 '이러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라는 근거 없이 당연한 확신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곤 하는데요(주로 사장님의 아이디어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데이터를 무시한 이러한 수많은 주관적인 의사결정들이 얼마나 큰 폐해를 부르는지, 그렇다면 이런 근거 없는 의사결정 속에서 우린 어떻게 데이터를 보고 그 이면의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읽다 보니 그저 내가 와인과 영화를 좋아한다는 이유에서 (꽤 단순하게) 시작한 '원스 어폰 어 와인' 또한 독자분들의 바람과는 달리 어디 외딴 곳을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뒤숭숭한 생각도 드는 요즘인데요(급 각성). 여러분, 어떤 피드백과 데이터라도 좋으니 저희 인스타 계정(@onceuponawine_letter)은 늘 열려 있습니다.
👦🏻 송길영
몇 년 전 선물 받은 슈피겔라우 보르도 와인잔으로 집에서 모든 종류의 와인을 마셔왔던 저는 갑자기 와인잔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가장 예민하고 복합적인 아로마를 가진 피노 누아만큼은 퍼포먼스가 확실한 와인잔에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너무 예쁘지만 너무 얇아 잘 깨진다는 리뷰가 많은 와인잔은 과감히 제외했습니다. 고르고 고른 끝에 저는 예쁜 디자인과 가성비, 튼튼한 내구성을 갖춘 데다 퍼포먼스도 확실하다는 와인잔으로 리델 퍼포먼스(피노 누아)를 집에 들였습니다. 바깥으로 살짝 펼쳐진 림(Rim)이 봉우리를 핀 꽃처럼 예쁜 와인잔이고요. 똑같은 와인을 슈피겔라우 보르도 와인잔과 비교해 마셔봤는데, 확실히 섬세하고 복합적인 아로마가 빠른 시간 안에 풍성하게 피어오르더라고요. (큰일입니다. 저 와인잔의 섬세한 세계에 발가락 하나 넣은거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지난 달 화이트데이 선물로 리델 퍼포먼스를 결제해준 남자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해! 💲2p, 10만원대
📍 고우가
모든 소고기 식당은 콜키지가 가능하도록 법 제정을 해야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할 만큼 저는 소고기 식당을 고를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게 바로 콜키지 가능 여부인데요. 무제한 콜키지 프리에 양질의 소고기 구이, 파인 다이닝, 프라이빗 공간을 갖춘 완벽한 식당이 바로 고우가입니다. 수프와 전채요리, 면요리와 한우구이, 식사까지 파인 다이닝 코스 요리가 착착 나오는데, 개인 화로를 앞에 두고 개인의 속도에 맞게 한 점, 한 점 구워 먹는 시스템까지 마음에 쏙 드는 곳입니다. 한우구이 대신 도미솥밥이 제공되는 3만9,000원짜리 런치 A코스가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고요. 저는 얼마 전 회식 장소로 섭외했는데 모든 팀원들이 저에게 덕분에 잘 먹었다고 인사하더군요. 제가 산 것도 아닌데! 📍 광화문점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6 지하2층 (+여의도점, 역삼역점) 💲 한우구이 코스 (런치 기준) 5만9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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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와인 Once Upon a Wine
once_upon_a_wine@drinkingle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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