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 끝, 월드 스타가 사랑한 와인을
Feb. 2025 l Vol. 18
또 나만 몰랐지😫 셀럽이 사랑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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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추천하는 데에는 사실 큰 책임이 필요합니다. 그게 사람이든 어떤 장소든 물건이든 음식이든, 무엇이든 말이죠. 나는 너무나 좋았는데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경험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또 온라인 세상에는 협찬이나 광고라는 관계 속 솔직하지 못한 후기가 넘쳐나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갈수록 누가 뭘 격하게 추천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데요. 평소 와인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최근 가수이자 배우 엄정화씨가 추천한 조지 미쉘 소비뇽 블랑을 경험하고는 그에 대한 믿음이 99%까지 수직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친김에 그동안 궁금해하면서도 내심 의심했던 BTS 뷔 추천 와인도 시도했고요, 동료 에디터 감자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할라우드 스타 사라 제시카 파커가 라벨 디자인부터 블렌딩까지 참여해 만들었다는 와인을 경험하고 왔습니다. 어딜 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사는 셀럽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추천한 와인,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나요? 저는 굳이 포장해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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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아, 데일리 와인
<솔로 지옥> X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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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보다 ‘오늘 뭐 마시지?’ 고민이 늘 한 발 빠르게 치고 나오는 저는 뼛속까지 애주가가 확실합니다. 이런 의식의 흐름대로 평소 거의 매일 반주를 하는 편인데, 손이 가장 자주 가는 주종은 역시나 와인이고요. 물론 저도 한때 와인과 권태기를 겪었던 적이 있었고 이 술, 저 술 기웃거려도 봤지만 결국 돌고 돌아 가장 애정하는 주종으로 와인에 정착한 저는 이제 어쩔 수 없는 와인 러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와인을 마실지 고민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하지만 이런 날도 있지 않나요? 아무 고민이나 생각 없이 오픈해도 실패할 일 없는, 믿고 마실 수 있는데 이리 굴려도 찰떡, 저리 굴려도 찰떡이라 질리지 않는 데일리 와인이 필요한 날이요. 제 기준 데일리 와인은 평범한 하루의 끝에 호들갑 떨지 않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으면 좋겠고, 직장인 주머니 사정에도 부담 없는 가성비의 와인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평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래서 냉장고에 몇 병씩 쟁여두고 싶은 데일리 와인 리스트는 참 소중한데요. 그런 제게 어느 날,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이 왔습니다.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은 자랑스러운 월드 스타, BTS의 뷔가 애정한다는 와인으로 알려졌습니다(뒷북 주의). 하지만 저, 단순히 월드 스타가 좋아한다고 무작정 추종하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평소 그의 와인 취향도 잘 모르는 데다, 믿고 마신다기엔 뭘 믿어야할지 모르겠는 사이잖아요? 그런데 그가 평소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을 한두 병도 아니고, 50병씩(!) 쌓아두고 마신다는 이 말 한 마디에 적잖은 확신이 섰습니다. 일단 생수도 아니고 와인 50병을 쌓아둘 공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다는 건 부럽고요. 아무튼 죽기 전까지 다 마셔보지 못할 수많은 와인을 두고도 이 와인을 최소 50번 이상 선택했다는 것이니 (광고/협찬이 아닌 이상) 뭔가 확실한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평소 배우이자 화가이자, 와인 러버로 알려진 배우 하정우씨가 지난해 ‘콜 미 레이터 바이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이라는 이름으로 라벨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며 확신의 결정타를 날려버렸죠(뒷북 주의2). 스타들의 사랑은 물론 비비노 평점 4.1점으로 대중성도 검증받은 이 와인, 2만원대의 가성비까지 갖췄으니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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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솔로 지옥4> 스틸컷. '펑' 소리 없이 샴페인 따는 기술. 여자는 뭐든 능숙한 남자에게 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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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의 첫인상은 푸르고 눈부셨습니다. 뉴질랜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초록초록한 잔디와 허브향이 은은하게 코를 찌르고 레몬, 라임, 애플망고처럼 신선하고 상큼한 과일이 팡팡 퍼지면서서 쌉싸름한 자몽 껍질과 짭조름한 미네랄이 뒤를 마무리해주는데, 와-, 그 적당히 짜릿한 자극에서 저는 벌써 웃음이 터졌습니다. 곧바로 배달 앱을 열고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의식의 흐름 끝, ‘오늘 뭐 보지?’에 다다르자마자 일말의 고민 없이 요즘 저의 평일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솔로 지옥>을 틀었습니다(뒷북 주의3). <솔로 지옥>은 커플이 되어야만 ‘천국도’에 갈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자는 ‘지옥도’에 남는다는 콘셉트의 리얼리티로 벌써 시즌4를 이어가고 있는데,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연일 화제가 된 걸 보면 이번 시즌도 꽤나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남의 연애 이야기는 왜 이렇게 흥미진진한 걸까요? 특히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 알듯 말듯 아슬아슬한 그 ‘썸’ 단계를 바라볼 때면 시청자의 도파민도 폭발 직전입니다. 얽히고 섥힌 탐색전 속 은밀한 플러팅과 눈치 싸움이 오가는 동안 누구는 확신을 갖고 직진하는가 하면 또 누구는 끝까지 머리를 싸메고 고민하는 것이 정말이지 모든 연애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연애란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잔인한 감정 싸움이겠죠. 저는 바삭하게 튀긴 닭다리 하나를 뜯고 소비뇽 블랑 한 모금을 넘기며 “저거 봐라? 기술 들어갔네, 기술 들어갔어.”, “어머어머, 결국 감겼네, 넘어갔어.” 혼자 떠들면서 열혈 시청자 모드에 집중합니다. 누가 봐도 '심쿵'한 멘트에 괜히 제 심장이 벌렁벌렁거리고, 누군가는 평생 ‘이불킥’을 해도 모자랄 장면에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저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습니다. 남의 연애를 이렇게나 진심으로 구경하며 보낸 며칠 사이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은 저희집 냉장고에 한 병 더 들어왔고요. 소중한 데일리 와인 리스트에도 한줄이 추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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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솔로 지옥4> 스틸컷. 어머어머, 꽃반지라니, 쏘 스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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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저도 헤밍웨이가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손녀의 이름에도 박아놨다는 샤또 마고도 마셔보고, 나폴레옹이 전쟁통에도 포기하지 못했다는 쥬브레 샹베르땡에서 생산한 피노 누아도 쟁여두고 마시고 싶습니다만, 좋아한다는 이유로 값비싼 와인만 찾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한달에 손에 쥐는 월급이 뻔한 평범한 직장인인걸요. 오늘도 저는 한 달 월급을 가볍게 뛰어넘는 고가의 와인들은 언젠가 경험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로 남겨두고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을 마저 비웁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매일 마셔도 부담 없는 가성비 철철 넘치는 와인들이 죽기 전까지 다 마셔보지 못할 정도로 많을 것이(라고 믿)고, 마음에 든 와인을 홀짝이며 일상 속 소소한 저녁을 보내는 것도 그럭저럭 행복한 인생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평소 냉장고에 몇 병씩 쟁여두고 믿고 마시는 데일리 와인이 있나요? 만약 없다면 이런 저런 시도 끝에 취향을 찾아가는 기쁨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있다면 원스 어폰 어 와인에도 살짝 알려주시겠어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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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지옥4
개봉ㅣ2025, 한국
장르 | 로맨틱, 리얼리티
크리에이터 | 김재원, 김정현, 박수지, 김나현
출연ㅣ홍진경, 이다희, 규현, 한해, 덱스
한줄평ㅣ남의 연애 훔쳐보는 건데 벌렁벌렁, 콩닥콩닥. 심장아 나대지마라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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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여니고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경험주의자. 안타깝게도, 다행히도, 한두번 경험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가장 끈기 있게 해온 것은 한 회사에서 10년째 글을 쓰고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와인을 좋아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혼술로 충전하는 시간을 (거의 매일) 갖습니다.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면 한때 직장 동료였던 감자가 자주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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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살아 있을 언니들의 세계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X 인비보 사라 제시카 파커 소비뇽 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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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소비뇽 블랑, 답을 정해두고 자주 가는 와인샵의 뉴질랜드 존을 서성이던 참입니다. ‘사라 제시카 파커(Sarah Jessica Parker)’라는 익숙한 이름이 박힌 와인을 발견했죠. 말로만 듣던 그,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가 참여해 만들었다는 그 와인입니다. 아주 명료하게, 이번 주 페어링이 결정된 순간이었죠. 간만에 <섹스 앤 더 시티>를 다시 볼 요량으로, ‘인비보 X 사라 제시카 파커 말보로 소비뇽 블랑’을 사서는 쫄래쫄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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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스틸컷. 멕시코에서, 샬롯은 화면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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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라면 뭐, 어떤 긴 말이 필요할까요. 저 포함 전 세계 숱한 여자들의 연애의 정석과도 같은, 주기적으로 봐줘야만 하는 그런 고유물인 것을요.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오히려 놀랍게도 세련된) 패션 하며, 나이 불문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가지각색 4명 뉴요커의 리얼 연애 에피소드. 지금 같은 OTT 서비스가 없어 손수 미드를 다운 받아 봐야 했던 그 시절의 대학생, 저는 시험 기간이면 유독 <섹스 앤 더 시티>를 못 참고 내리 정주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캐리, 미란다, 사만다, 샬롯, 4명의 여주가 앳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초기 시즌부터 한껏 농익은 30대의 후기 시즌까지,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에피소드를 사랑하지만 개인적으로 최근의 저는 2008년 개봉한 영화 버전의 <섹스 앤 더 시티> 또한 즐기는 편인데요. 드라마에 비해 컴팩트한 러닝 타임과(과한 주행 방지) 드라마와는 달리 OTT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지만, 어쩌면 늘 동생의 입장에서 드라마 속 화려한 언니들의 세계를 염탐하던 저 자신의 스탠스에 익숙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 시즌이 끝난 후, 에필로그 격으로 나온 영화 버전에서는 어느새 40대에 접어든 캐리의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그러므로 여전히 이 재미난 ‘언니’들의 세계를 (아직은) 동생의 입장에서 목격할 수 있으니까요. 캐리 언니(!)의 ‘인비보 X 사라 제시카 파커 말보로 소비뇽 블랑’을 오픈한 채로, ‘딴딴딴~ 딴따다단~’ 익숙한 오프닝(보셨다면 분명 아실)을 맞았습니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는 마흔에 접어든 캐리가 드디어 오랜 연인인 미스터 빅과의 결혼을 준비하는 이야기로 물꼬를 틉니다. 그러나 결혼에 부담감을 느낀 빅은 결혼식 당일에 사라지고, 캐리와 세 친구들은 캐리의 신혼여행지로 예약되어 있던 멕시코 휴양지로 다 같이 휴가를 떠나게 되죠. 상심한 캐리와 그녀를 달래고자 애쓰는 미란다, 샬롯, 사만다. 그러나 사실 이들의 일상 또한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여자란 이유로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맘 같지 않은 결혼생활과 씨름하는 등등 마치 비빔밥 재료들처럼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는 설정이야말로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는 맛이겠지요.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결과론적인 소감이다만, ‘인비보 X 사라 제시카 파커 말보로 소비뇽 블랑’과의 조합이 꽤 괜찮았습니다. 톡 쏘다 못해 맵싸한 언니들이 거침 없는 브런치 담화 내내 와인의 강한 산도가 혀끝을 치며 지루할 틈 없이 저를 콕콕 자극했고요. 잘 익은 열대 과실향이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한 멕시코 휴양지와 결이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엔딩은 상큼하고 향긋하게, 다시 빅과 재회한 캐리의 결말과 함께 영화도 와인도 마무리되었지요. 영화도 와인도, 너무 풋풋하기만 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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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스틸컷. 이제 좀 잘해라, 미스터 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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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한 번 경험한 걸로 됐다, 하는 것이 있는 반면 언제 또 경험해도 반가운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후자가 많아지는 삶이야말로 더 풍요로운 삶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저는 40대가 되어서도 <섹스 앤 더 시티>를 또 볼 것이고 그 때는 지금과는 또 새로운 것이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때의 저는 또 어떤 술을 홀짝이고 있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그 땐 또 그 나름대로의 조합으로 열심히 즐기고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비록 그 땐 제가 캐리보다도 더 연장자가 되어 있겠지만, 뭐 어쩌겠어요. 부디 근사한 취향, 그 속에 소박한 진심을 간직하고 있기를, 영화 속 영원한 언니들을 보며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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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개봉ㅣ2008, 미국
감독 | 마이클 패트릭 킹
출연ㅣ사라 제시카 파커(캐리), 킴 캐트럴(사만다), 신시아 닉슨(미란다), 크리스틴 데이비스(샬롯)
장르ㅣ드라마
한줄평ㅣ환상과 현실을 동시에 겸비한, 명실상부 연애의 정석과도 같은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네이버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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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감자
2말3초를 여행매거진 에디터로 살았고, 지금은 어쩌다 IT 업계에 발 담그고 있습니다. 일단 좋아하면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반복으로 보는 습성이 있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죠. 거북이, 돌고래, 초록 정원에 차려진 와인상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점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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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콘텐츠, 마신 와인, 그외 발견한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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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무난하기가 참 힘들고, 그래서 무난한 게 점점 소중해집니다. 사람도 와인도 다 마찬가지 격으로요. 무난하다는 건 물론 첫 눈에 인상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또 보고 또 마셔도 쉽게 물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 와인, ‘까사 마로네 아파시멘토 비앙코’가 그렇습니다. 솔직히 첫 입에 ‘와, 이거지’라는 특별한 소감은 없었습니다. 아주 ‘무난하게’ 과실향이 감돌고 산미도 바디도 딱 적당할 정도로 중간의 와인. 양장피와 함께 맛나게 먹었습니다만, ‘괜찮았다’ 외 그 어떤 캐릭터를 잘 기억하지 못했죠. 그런데 참 이상하죠. 며칠 지나고 그 와인이 자꾸 생각나는 겁니다. 이번엔 제대로 천천히 음미해볼 요량으로, 다시 같은 와인샵에서 같은 와인을 샀습니다. 복숭아, 시트러스 향이 나더군요. 그리고 또 한 번 깨달았죠, 무난함의 저력을. 여러모로 무난하기만 한 사람이 아닐까, 가끔 속상했던 저 스스로에게도 나름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무난하기 참 쉽지 않고, 그 무난함이 결국엔 오래도록 남는다고요(이 글에 ‘무난’이라는 단어가 이것까지 총 8번이나 쓰였네요😅). 그나저나 다음 번엔, 해산물 파스타와 함께하겠습니다.
🇮🇹 이탈리아, 풀리아 🍇 샤르도네, 트레비아노(Trebbiano) 등 블렌딩 💲3만원대
🥂 이 프라티 루가나 (I Frati Lugana)
이탈리아 와인의 세계란 참 무궁합니다. 지역마다 토착 품종이 어째 그리 많고 다양한지, 언젠가 이탈리아 지도를 훑으며 토착 품종을 도장 깨기 하듯 하나하나 정복하고 싶을 정도로요. 얼마 전에도 그중 새로운 세계 하나를 만났습니다. ‘트루비아노(Turbbiana)’라는, 이탈리아 북부 루가나(Lugana) 지역의 토착 품종으로 만든 ‘이 프라티 루가나’인데요. 그 맛이 뭐랄까, 씁쓸 향긋하달까요. 꽃향이 나면서도 레몬 껍질의 기분 좋은 씁쓸한 맛도 살짝 배인, 가볍지만 특징이 또렷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탈리아 와인은 실패가 드물다’는 개인적인 신념을 지닌 채, 저의 엥겔 지수에 이탈리아 와인값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 또한 씁쓸 향긋한 일입니다.
🇮🇹 이탈리아, 루가나 🍇 트루비아노(Turbbiana) 💲3만원대
여니고니
(Renabianca Vermentino di Gallura Superiore)
작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고이고이 데려온 와인을 좋은 날, 좋은 사람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 비싼 와인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베르멘티노 품종의 와인을 쉽게 찾기는 어렵기에 아껴뒀는데요. 시간에 따라 변화무쌍한 것이 한 병을 비우는 내내 킁킁거리며 이런저런 향을 찾기 바빴던 와인입니다. 저는 첫 모금에서 신선한 올리브와 적당한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도 너무 좋았는데, 이후 오크향과 함께 쌉싸름한 자몽 껍질이 뒤에서 치고 올라오다가 보여준 폭발적인 미네랄에 홀딱 반했습니다. 그나저나 이 와인, 저는 동네 주민들의 참새 방앗간 같은 와인샵에서 25유로에 샀는데 비비노 평균 가격은 12유로더라고요? 어쩐지 가격표가 안 붙어 있더라니...
🇮🇹 이탈리아, 갈루라 🍇 베르멘티노 💲 20유로대
어딘가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을 것만 같은 샤블리. 프랑스 브루고뉴에 위치한 샤블리는 석회질 토양에서 키운 (주로) 샤도네이로 와인을 만드는데요. 서늘한 기후가 더해져 산뜻한 한편 풍성한 미네랄을 자랑합니다. 쁘띠 샤블리는 '작은 샤블리'라는 의미인데 품질과는 상관이 없고, 토양의 특성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도멘 루이스 모로 쁘띠 샤블리'는 샤블리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인 미네랄을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바디감은 가볍고 산도 역시 생각보단 낮았고요. 대신 청사과와 자몽, 라임과 같은 푸릇푸릇하고 상큼한 과일향이 지배적이고 언뜻 매끌매끌, 달짝지근한 아티쵸크가 스쳐지나갔습니다. 확실히 미네랄이 풍부해 해산물과 잘 어울리더군요. 그리고 저는 다짐했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 최강의 궁합이라는 샤블리+석화 페어링을 놓치지 않겠다고요.
🇫🇷 프랑스, 브루고뉴, 샤블리 🍇 샤도네이 💲 3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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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와인 Once Upon a Wine
once_upon_a_wine@drinkingle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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