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기 전에 보고 마실 영화&와인 이야기
Dec. 2024 l Vol. 14
와글와글 연말 속 와인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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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연말이라 바쁘시죠? 고마운 안부가 쏟아지는 12월의 끝자락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 해야할 일도, 만나야할 사람들도 얼마나 많아요. 휴가를 떠나기 위해 더 바쁜 12월을 보낸 분들도 계실거예요. 저 역시 12월은 무한 반복되는 캐롤을 듣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며, 하루 걸러 하루는 외식을 나서고 왁자지껄한 음주(+가무)를 곁들이는 등 둥둥 마음이 달뜬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올해 다짐한 계획은 얼마나 달성했는지, 반성도 하고, 칭찬도 하며, 새해 다짐도 좀 해야하잖아요? 이번 호 원스 어폰 어 와인은 다른 사람들 얘기 말고, 나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 속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기로 했습니다. 2024년을 잘 보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요.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따뜻한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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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윤희에게> X 콥케 텐이어즈 타우니 포트 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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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정말 힘에 부칩니다. 밤이 길어진 탓도 있겠지만 12월은 확실히 체력이 달립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 내내 송년회와 야근이 번갈아가며 있었던 지난주에는 밤 10시 이전에 귀가한 날이 하루도 없었거든요. 정말 한 해의 끝자락에 다다랐는데도 여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고 그 사이사이로 송년회도 몇개 더 기다리고 있으니 솔직히 요즘 매일매일이 좀 막막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내향인에게, 평소보다 와글와글거리는 12월은 어딘가 모르게 달뜨면서도 버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차분하게 홀로 사색하는 시간이 간절했던 어느날, 영화 <윤희에게>를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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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어느 날, 20년 전 첫사랑으로부터 편지가 날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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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 영화는 평범한 어느 겨울날, 첫사랑으로부터 날아온 편지로 시작합니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게 20년 만에 보내는 편지에는 여전히 당신이 보고싶어 죽겠다는 구구절절한 말은 없지만, 얼마나 많은 날들을 그리움으로 삼키며 보냈을지 짐작되는 담담한 목소리가 한 글자, 한 글자마다 꾹꾹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엄마 윤희(김희애)가 아닌, 열 아홉살의 딸 새봄(김소혜)이고요.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후 엄마와 살고 있는 새봄은 기특하게도 쓸 데 없는 말을 아낄 줄 아는 아이입니다. 엄마 첫사랑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내가 그 편지를 읽었다, 엄마 첫사랑은 대체 어떤 사람이냐, 편지에 답장을 할 것이냐, 첫사랑 때문에 아빠와 헤어진 것이냐, 따위의 말 대신 심드렁한 말투로 제안을 합니다. “우리 여행이나 갈까? 눈 많이 오는 곳으로.”
어딘가 짜증스럽고 지친 모습이 역력했던 윤희는 고민 끝에 큰 결심을 하고 새봄과 함께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로 떠납니다. 오타루는 겨울이면 눈이 많이 오는 곳이자 편지 속 윤희의 첫사랑 쥰 가타세(나카무라 유코)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오타루의 겨울이 얼마나 예쁜지 알고 있는 저는 오타루를 떠올리며 콥케 텐이어즈 타우니 포트 와인(Kopke 10 years Tawny Porto) 한병을 오픈했습니다. 포트 와인은 브랜디가 추가된 주정강화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가 20도로 꽤 높은데요, 한두잔만으로도 몸에 열기가 도는 것이 오타루의 겨울도 거뜬하게 맞설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깁니다. 말린 과일의 농축된 진득한 맛과 향이 복합적이며 타닥타닥 장작 타는 냄새와 캬라멜, 달고나, 메이플시럽과 같은 묵직한 단맛이 지배적인 이 와인은 20년 만에 첫사랑에게 보낸 남의 편지를 훔쳐보며 마시기에도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요란하지 않은 영화의 결과도 비슷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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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생크림을 듬뿍 발라놓은 듯한 오타루의 겨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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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속 쥰의 말대로 오타루의 겨울은 소록소록 쌓인 눈과 달, 밤과 고요로 가득했습니다. 오타루에서 윤희와 새봄은 눈사람도 만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천탕에서 목욕도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각자 조용히 쥰을 찾아 나서는데요. 결말이 예상 가능한 멜로 영화라는 점에서 고심 끝에 미리 결말을 말하자면 윤희와 쥰은 결국 오타루의 명물, 운하 시계탑 앞에서 20년 만에 재회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재회를 하느냐, 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묘미는 이렇다할 갈등이나 큰 파고 없이 일직선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스토리에서 미세하게 조금씩 달라지는 윤희의 마음을 읽는 일이거든요.
살다보면 그저 내 마음을 따르는 데에도 어떤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그런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고요. 저에게는 부치지 못한 편지는 없지만 12월이 다 가기 전 아직 한참 남은 포트 와인을 홀짝이며, 나를 진정한 행복에 다다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오타루 여행 이후 표정이 한층 밝아진 윤희를 보며 그게 무엇이든, 누가 뭐라든, 내 마음을 스스로 부정하지는 말자고 다짐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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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Moonlit Winter)
개봉ㅣ2019, 한국
장르ㅣ멜로, 로맨스
감독ㅣ임대형
출연ㅣ김희애(윤희), 김소혜(새봄), 성유빈(경수), 나카무라 유코(쥰), 키노 하나(마사코)
한줄평ㅣ이 영화를 보고 나면 첫사랑보다 겨울밤 오타루가 보고 싶어진다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네이버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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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여니고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경험주의자. 안타깝게도, 다행히도, 한두번 경험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가장 끈기 있게 해온 것은 한 회사에서 10년째 글을 쓰고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와인을 좋아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혼술로 충전하는 시간을 (거의 매일) 갖습니다.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면 한때 직장 동료였던 감자가 자주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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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장 지를 결심
<라스트 홀리데이> X 우첼리에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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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회 이상 운동, 1달에 1권 이상 독서, 여행과 배움에 인색해지지 말 것, 글쓰기를 놓지 않기. 2024년 1월, 노트에 적어두었던 올 한 해의 다짐들입니다. 그래도 3월 정도까지는 꽤 열정적이었던 것도 같은데. 12월의 저는 어느새 주 3회 운동 대신 음주를, 독서 대신 유튜브를, 배움 대신 벌러덩을 시전 중입니다. 그래도 글쓰기를 놓지 말자던 다짐만은 원스 어폰 어 와인 덕분에 (꾸역꾸역) 어떻게 용케도 살아 남았네요. 한 해가 이렇게 또 가고야 맙니다.
두 말 하면 입 아픈 소리지만, 계획은 쉬운데 실천이 참 어렵습니다. 하루하루 눈앞에 놓인 할 일을 쳐내다 보면 정작 계획했던 중요한 일은 ‘다음’으로 넘겨지기 일쑤죠. 근데 이 안일한 미루기는, 어디까지나 시간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만약 나에게 채 한 달의 시간도 남지 않았다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로만 하루를 채우지 않고서는 못 배길 테니까요. 2024년 끝을 붙잡고서,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를 보겠다 다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3주밖에 없다는 거짓말 같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여자가, 평소 꿈꾸기만 했던 일들을 밀린 숙제처럼 해나가는 이야기. 생각만 하지 말고 그때 그때 질러야 하는데, 정작 그러지 못한 나의 한 해를 돌아보기에 이보다 제격인 영화는 없을 것 같았거든요. 이 마당에 아낄 건 또 뭔가요. 나름 고가라 ‘특별한 날 마셔야지’라며 한참을 쟁여뒀던 ‘우첼리에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Uccelliera Brunello di Montalcino)’를 (아주 살짝의 망설임 끝에) 거침 없이 땄습니다. 검붉은 과실 베이스에 다크 초콜릿, 바닐라와 토스트를 넘어 가죽과 민트 향까지도 스무스하게 이어지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재밌어지는 와인입니다. 이것을 두고 흔히 ‘잠재력’이라고들 하는데, 고로 직접 까보기 전까지는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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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홀리데이> 스틸컷. 최애 셰프의 음식을 맛보는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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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홀리데이> 속 여주인공 조지아의 삶 또한 그러합니다. 백화점 주방용품 코너 판매원으로 일하다 하루 아침에 시한부 신세가 된 그녀는 하던 일을 그만 둔 후 초초 VIP만이 탄다는 전용기를 타고, 하룻밤에 4천 달러에 육박하는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숙박합니다.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언젠가 꼭 한 번 맛보고 싶었던 셰프의 최고급 요리를 드디어 맛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바지런히 지르다 보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상만 했던 또 다른 놀라운 일들이 그녀에게 현실이 되어 다가오는데요. 물론 그야말로 영화 같은 스토리겠지만(게다가 해피엔딩),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인간이 어디까지 용감하고 대담해질 수 있는가’의 초점에서 본다면 꽤 울림 있는 메시지가 남습니다. 마음 속에 품고만 있던 생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러니까,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사는 거라는 것. 시간이 무한할 것처럼 '다음에'라며 미루고 미루는 자에게는, 그 어떤 뜻밖의 내일도 주어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 일단 지르고 볼 일이라며 온갖 장바구니를 뒤적이는 제가 그렇다고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많은 일에는 부작용이 따릅니다) 무튼 뭐든 지르다 보면 생각지 못한 일들이 내 인생에도 펼쳐지지 않겠나, 희망 반 취기 반으로 올 한 해를 이렇게 떠나보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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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홀리데이> 스틸컷. 오늘을 위하여, 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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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2024년 저의 다짐들은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만, 그럼에도 또 한 번 2025년의 의지를 다져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망설이는 대신 뭐든 해나가다 보면 인생이 어딘가 저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겠지, 하고요. 과연 주 3회 운동, 월 1권 독서가 내년이라고 잘 될 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움직이고 읽고 보겠노라 또 한 번 다짐해봅니다. 배우고 싶거나 가고 싶은 데가 있다면 돈이나 시간 같은 현실에 굴하기보다는 '바로 지금', 가끔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시원하게 질러도 주기로요. 그렇게 내년엔 저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오늘이 더 행복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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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저의 장바구니 사정, 혹시 궁금해하실까 남깁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마시고 싶은 와인과 읽고 싶은 책을 왕창 샀습니다. 그리고 저는 올해 마지막인 이 레터를 마감하고, 20대부터 맘속에 품어왔던 꿈의 여행지 스위스로 떠납니다. <라스트 홀리데이>를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적잖은 용기, 그리고 돈이 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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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홀리데이 (Last Holiday)
개봉ㅣ2006, 미국
감독 | 웨인 왕
출연ㅣ퀸 라티파(조지아), LL 쿨 J(숀)
장르ㅣ드라마, 코미디
한줄평ㅣ인생 별 것 없으니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자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네이버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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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감자
2말3초를 여행매거진 에디터로 살았고, 지금은 어쩌다 IT 업계에 발 담그고 있습니다. 일단 좋아하면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반복으로 보는 습성이 있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죠. 거북이, 돌고래, 초록 정원에 차려진 와인상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점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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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부록 -
뒤돌아보니 참 좋았던 2024년 BEST 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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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콜키지 가능한 고깃집에서 소고기 구이와 함께 마신 와인입니다. 메를로만의 부드러운 텍스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속은 단단한 풀바디라 기름진 소고기 구이에 페어링이 상당히 좋았어요. 2만원대의 가격이며, 어디 하나 튀거나 모난 구석이 없는 것이 아무리 뒤져봐도 흠잡을 데 없는 와인이랄까요. 꿀떡꿀떡 넘어가는 쥬시한 목넘김마저 좋았던 것이, 이거 아무래도 앉은뱅이 술 아닌가 싶어요.
🇫🇷 프랑스, 랑그독 🍇 메를로 💲2만원대 |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풀바디 레드 와인을 찾는다면 토마시 아마로네가 좋겠습니다. 아마로네는 건조시킨 포도를 발효시킨 와인으로 묵직하고 파워풀한 것이 특징이죠. 토마시 아마로네는 말린 과일의 진득한 맛에 오크향이 퍼지고 가죽, 마른 담뱃잎, 다크 초콜릿, 은은한 체리향까지 이어집니다. 브리딩 시간을 여유 있게 가지는 것이 베스트지만 천천히 마신다면 재밌는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이탈리아, 베로나 🍇 꼬르비나, 론디넬라, 꼬르비노네 💲6만원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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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갈비 구이와 깜짝 놀랄만큼 훌륭한 페어링을 보였던 와인입니다. 쉬라즈는 호주를 이기기 쉽지 않은데, 프랑스 쉬라즈를 다시 보게 만든 아이였습니다. 검은 베리류 과실향에 은은한 타닌이 참 밸런스가 좋았고요, 실크처럼 보드라운 텍스처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 다시 마시고 싶은 와인인데, 판매처를 찾기가 어렵네요.
🇫🇷 프랑스, 론 🍇 쉬라즈 💲3만원대 |
사페라비는 조지아의 대표적인 토착 품종인데요, 그중에서도 무쿠자니에서 수확한 사페라비에는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은은한 산미와 타닌이 기분 좋은데 후추, 향신료향도 은근 머금고 있고요. 스테이크는 물론 불고기나 갈비찜, 비빔국수와 같은 한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라벨이 바뀌어서 처음엔 몰라봤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예전에 조지아 여행 중 다녀온 와이너리에서 온 와인이더군요. 현지인도 추천한 와인이니 믿어도 좋습니다.
🇬🇪 조지아, 카헤티 🍇 사페라비 💲3만원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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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해피 뉴이어' 외치며 마셔 제낀 와인입니다. 쉬라즈,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진판델, 쁘띠 시라까지 묵직하고 강한 것들이 총집합한 느낌인데 적당한 타닌과 바디감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밸런스를 잘 맞췄습니다. 진득한 푸룬 맛 속에 베리류, 카카오, 아몬드, 초콜릿 맛이 종종 오고 갔고요. 와인 자체가 당도가 높진 않지만 마실수록 입안에 잔당감이 남는 와인이었습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 🍇 쉬라즈,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진판델, 쁘띠 시라 💲2만원대 |
가메(Gamay)를 두고 흔히 '가난한 자를 위한 피노누아'라고들 하죠. 저렴한 가격에 피노누아의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의미인데, 개인적으로 보넷 루즈 가메 누아는 피노누아를 하위 호환으로 두기엔 너무도 아까울 정도로 구조감이 훌륭합니다. 상큼하고 프레쉬한 딸기류 과실향에 부담스럽지 않은 탄닌과 산도, 약간의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텍스처. 고기, 파스타, 튀김 등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살살 잘 녹아드는 만능 레드입니다.
🇫🇷 프랑스, 보졸레 🍇 가메 💲3만원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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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즐겨 마신다면 꼭 한 번 권하고 싶은, 호불호 없을 라벨입니다. 풋풋한 잔디향보다는 복숭아나 망고 등 열대과실 향이 지배적이고 도수가 9%대로 낮아서 별도로 안주 없이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지만 여력이 되신다면 꼭 해산물과 함께하시길 권합니다(꼭이요).
🇳🇿 뉴질랜드, 말보로 🍇 소비뇽 블랑 💲3만원대 |
가끔 조금은 색다른 화이트 품종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오스트리아 품종 '그뤼너 벨트리너'를 적극 추천합니다. 자몽, 시트러스 계열의 청량한 캐릭터가 두드러진 덕분에 스파클링이 아닌데도 마치 스파클링인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마성의 와인입니다. 봉골레 파스타와 페어링한 날 저는 최고로 행복했습니다.
🇦🇹 오스트리아, 크렘스탈 🍇 그뤼너 벨트리너 💲5만원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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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이스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참 애정한 품종입니다. 화이트 중에선 피노 누아처럼 재배하기 까다로운 품종으로 꼽히는데 결도 비슷합니다. 화사하고, 우아하지만 도도한 느낌보다는 차분하고 여유로운 느낌에 가깝죠. 향긋한 플로럴향과 살구, 사과, 복숭아 같은 과실향에 적당한 산미까지. 아무튼 붙일 수 있는 좋은 수식어는 다 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 이탈리아, 로에로 🍇 아르네이스 💲4만원대 |
알리오올리오와 함께 마셨습니다. 알리오올리오는 기름진 편이라 가벼운 레드 와인과 더 잘 어울리지만 오렌지 와인 레 코스테 비앙케토도 결코 지지 않았습니다. 초반에 강하게 퍼지는 쿰쿰한 흙내음은 시간이 갈수록 차분해지고 산뜻한 청사과와 시트러스 계열의 쌉싸름한 아로마가 참 밸런스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이탈리아, 라치오 🍇 프로카니코, 말바시아, 모스카토 💲 7만원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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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이 아이가 없었다면 그 펄펄 끓는 밤들을 어떻게 보냈을까 싶습니다. 2024년 저의 여름 술상의 8할은 피노 그리지오였고, 그중에서도 산타 크리스티나만큼 가성비 좋은 라벨도 찾기 힘들었다 싶어요. 깊은 향과 맛을 기대하기보다는 가볍고 부담 없이 꿀떡꿀떡 들이키기 좋은, 그게 또 이탈리아 피노 그리지오의 매력이겠지요. 퇴근 후 샤워하고 딱 한 잔, 이보다 개운할 수 없습니다.
🇮🇹 이탈리아, 델레 베네찌에 🍇 피노 그리지오 💲2만원대 |
'도우(Dough)'라는 이름 그대로 빵, 토스트 향이 입안에 오래도록 맴돕니다. 고로, 빵 인생 2N년차 빵순이에게는 이보다 매력적일 수 없는데요. 오크향이 너무 강해 자칫 너무 오일리하게 느껴지는 미국 샤도네이들도 있는데, 오크향이 충분히 풍성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건 풋사과, 시트러스 등 상큼한 과실향이 그만큼 탄탄하게 잘 받쳐주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 뭔 말인지, 일단 마셔보시면 압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 🍇 샤도네이 💲4만원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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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와인 Once Upon a Wine
once_upon_a_wine@drinkingle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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