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모를 때가 있죠? 그럴 땐 일단 마시고 봅시다 🎬🍷
Oct. 2024 l Vol. 10
일단 마셔요, 눈치보지 말고 👀
|
|
|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근데 정말 모르는 걸까요? 내 마음인데? 짐작하건대 알면서도 일단 모른다고 잡아떼는 날도 있을 것이고, 남의 시선이 두렵거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까 눈치 보느라 모르는 척 하는 날도 많을 거예요. 그냥 복잡하고 어려워서 생각을 포기했을 때에도 우린 '아오, 모르겠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하죠. 내 마음을 모를 때 한숨이 나오는 건 진짜 내 마음을 따르지 못해서예요. 결국 짜증이 솟구칩니다. 그러니 가끔은 이것저것 눈치보지 말고 단순하게 마음을 따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할 말이 있으면 시원하게 하고, 포기할 건 과감하게 포기하고, 나는 죽어도 못하겠다 두 손 두 발도 들어보고 말이죠. 원스 어폰 어 와인 독자라면, 일단 마시고 생각해볼 일입니다.
|
|
|
오늘도 평범한 삶을 헤매고 있는 고달픈 영혼의 하루
칸티나 콜리 에우가네이 메를로 X <노매드랜드> |
|
|
낙첨.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입니다. 저는 집값의 앞자리가 다른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은 포기한지 오래고 출퇴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이제는 감례할 수 있다며 고양, 파주 경기 북부와 부천, 수원 등 중남부는 물론 연고가 아예 없는 인천까지 반경을 넓혀 몇 년째 주택 청약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하, 이거 정말 쉽지 않네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나온 집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고, 그래서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올해 나온 무순위 추첨의 동탄역 롯데캐슬=‘로또캐슬’ 청약에는 294만명이 몰렸다죠. 저도 그중 한명이었습니다만) 저는 정말 로또를 사는 마음처럼 큰 기대를 하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희망을 안고 당첨자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하루하루 노동할 힘을 얻곤 합니다. 그래서 낙첨의 결과를 받으면 ‘그래, 거긴 회사랑 너무 멀었어’라든가 ‘거긴 좀 작지’, ‘어차피 나에겐 무리였어’라고 자위하면서도 그날 하루는 영 풀이 죽습니다. 정말로 제가 오갈 데 없는 홈리스(Homeless)도 아닌데 말이죠. |
|
|
<노매드랜드> 스틸컷.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의 삶 |
|
|
4,978명과의 경쟁에서 진 날은 영혼 없는 위로 대신 집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 나는 왜 집을 사고 싶은가, 나는 집을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충분한가.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를 꺼냈습니다. 2011년, 암에 걸린 남편을 보내고 혼자가 된 주인공 펀(Fern)에게 남은 것은 낡은 밴 한 대뿐입니다. 경제 붕괴로 도시 전체가 몰락한 네바다주 엠파이어에서는 일할 의지가 있어도 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고요. 펀은 밴을 타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법니다. 물론 그가 어딘가에 정착할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살던 동네의 이웃, 펀의 언니, 펀과 다정한 마음을 나누었던 데이브는 그의 불안정한 거주를 걱정하며 함께 살자, 제안했지만 그때마다 펀은 길 위를 유랑하며 사는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합니다. 펀은 거주할 곳이 없는 것(Houseless)이지, 집이 없는 게(Homeless) 아니었거든요.
|
|
|
<노매드랜드> 스틸컷. 우리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다 |
|
|
영화는 펀처럼 유랑하는 삶을 선택한 노매드들의 다양한 사연을 전하고 있습니다. 겨우 1~2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서 혼자서도 복닥복닥, 겨울이면 추위와, 여름이면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생존하는 삶이지만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 이들에게서 저는 엄청난 해방감과 자유, 용기를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이날 제가 선택한 와인도 평소의 결과는 조금 다른데요. 이탈리아에서 온 칸티나 콜리 에우가네이 메를로(Cantina Colli Euganei Merlot)입니다.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은 이탈리아 토착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토착 품종에서 최대의 맛을 뽑아내는 편입니다. 프랑스에 뿌리를 둔 메를로는 국제 품종이 될 만큼 어디서든 잘 자라는 편이지만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은 주로 이탈리아 토착 품종을 사용하고 있으니 이탈리아에서 온 메를로를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죠. 그게 평범한 분위기인 이탈리아에서 메를로를 선택한 이 와인 메이커, 나는 나의 길을 걷겠소, 라고 말하는 것 같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와인은 오픈 초기 쨍한 스파이시, 후추, 베리류의 향이 제각각 조금 튀긴해도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메를로만의 안정감, 부드러운 텍스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친 땅 위에서의 잠자리에 완벽 적응한 주인공 펀처럼요. 너무 과하지도, 너무 부족한 것도 없는 와인은 많은 걸 쥐고 살지 않아 오히려 행복한 노매드들을 보며 편안하게 마시기에도 더할 나위 없었고요.
그러고 보면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삶의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어릴 땐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야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도 해야 하는데 그러고 나면 또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아이도 키우며 그 와중에 노후 대책까지, 해야 된다는 게 너무나 많잖아요? 애초에 평범한 삶이라는 원 안에 노매드가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그러니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은 그냥 남들이 그래야 한다고 하니까, 그렇게 살아야할 것만 같아서, 사실은 거주의 목적보다 투자에 더 큰 목적이 있었음을,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넓은 마당, 적어도 테라스가 있거나 숲이 보이는 집에 살고 싶고, 또 이곳저곳 거주지를 옮겨 새로운 동네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동(不動)’으로 돈과 발이 묶일 수밖에 없는 아파트 청약에 전전긍긍하는 저는 정말 모순 덩어리입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저는 또 부동산 앱을 자주 기웃거리고 청약 경쟁에 뛰어들겠죠? 지금 당장 30년 동안 매달 상환해야 할 대출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홀가분한데 말이에요. 여전히 남아 있는 물음표에 대한 답은 언제쯤 찾을 수 있을지, 찾을 수 있긴 한 건지, 영화를 다 보고 와인 한 병을 비우고 나도 물음표가 난무하는, 평범한 삶을 좇는 사람의 고달픈 하루입니다.
|
|
|
노매드랜드(Nomadland)
개봉ㅣ2021, 미국
감독 | 클로이 자오
출연ㅣ프란시스 맥도맨드(펀), 데이빗 스트라탄(데이브)
장르ㅣ드라마
한줄평ㅣ어떻게 살고 싶은가, 자꾸만 질문을 던지는 영화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네이버 시리즈온 |
|
|
WRITTEN BY 여니고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경험주의자. 안타깝게도, 다행히도, 한두번 경험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가장 끈기 있게 해온 것은 한 회사에서 10년째 글을 쓰고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와인을 좋아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혼술로 충전하는 시간을 (거의 매일) 갖습니다.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면 한때 직장 동료였던 감자가 자주 떠오릅니다.
|
|
|
불난 집에 선풍기 쐬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X 보네 루즈 가메 누아 |
|
|
울적할 땐 단 걸 먹고, 답답할 땐 매운 걸 먹듯 저에게는 감정에 따라 찾는 영화 리스트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심신이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리틀 포레스트>, 모르겠고 훌쩍 떠나고 싶은 날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같은. 그리고 짜증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를 때면 이 영화가 당기곤 하는데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입니다. 시원하게 깨부수는 액션도 아니고 야들야들한 힐링 류는 더더욱 아니고, 뭐랄까요. 그냥 제대로 미쳐버린 사람들의 대환장 파티라고나 할까요. 누구 하나 정상이 없어 보이는 요상한 스토리에 이상하게,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건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튼 저는 이날 이 영화가 고팠던 걸 보면 적잖이 짜증이 차올랐었나 봅니다. |
|
|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스틸컷. 누가 더 이상하게? |
|
|
배고파서, 엄마의 잔소리에, 상사의 채근에도 곧잘 기분이 상하는 민감러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저의 최고봉 짜증벨은 늘 나 자신입니다. ‘왜 그것밖에 안 돼?’ ‘왜 제대로 말을 못해?’ ‘뭐 이렇게 우유부단한 거야?’ 내 맘에 도무지 들지 않는 나 자신만큼 좌절스럽고 화가 날 때는 없으니까요. 여기저기 쓸 데 없이 남 눈치 보느라 내 맘대로 뭐 하나 하지 못한 날. 그래서 저는 이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게 되었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저에게 ‘통쾌 상쾌’니까요. 아내의 외도남을 폭행한 후 정신 병원에 갔다가 일상으로 돌아온 팻(브래들리 쿠퍼)과 남편의 죽음 이후 상실감에 온 직장 동료들과 관계를 맺다 쫓겨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 스포츠 경기 내기에 전 재산을 거는 팻의 아빠(로버트 드 니로)까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대책 없이 날뛰는 일상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남의 시선 따위 동네 개나 줘버리란 듯 할 말 다 하며 독특하다 못해 괴상한(본인들에게는 지극히 정상일지도 모를)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이들의 행보가 시작되자 역시나 보길 잘했다, 살짝쿵 (음흉하게) 웃음 지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상당한 인기를 끈 걸 보면 이런 감정, 저만 느끼는 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그죠?).
|
|
|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스틸컷. 삶이 미쳐돌아가도 춤은 춰 |
|
|
영화만큼이나 저의 짜증을 확실히 잠재울 수 있는 것 하나 더, 여기에 와인이 빠질 순 없죠. 필터링 없이 쌩쌩 오가는 팻과 티파니의 '날'대화에 이런 와인이면 좋겠다, 싶었는데요. 너무 호락호락하고 둥글기만 한 것보다는 어딘가 튀는 구간이 있을 것, 누구나 다 아는 주류보다는 약간은 마이너한 그런. 그래서 저의 선택은? '가메(Gamay)'입니다. 피노누아와 비슷하게 바디감이 여리하지만 제 입맛에 피노누아보다는 조금은 더 거칠고 산도가 뾰족하면서도 간혹 쿰쿰하고 스파이시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피노누아보다는 아는 사람이 적다는 것 또한 흡족합니다. 피노누아보다는 대체로 가격대가 저렴한 탓(보다는 덕)에 혹자는 ‘가난한 자를 위한 피노누아'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또한 이 영화에 좀 찰떡이고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의 꽃 향기를 풍기기도, 산도가 누그러지면서 요거트처럼 실키한 텍스처를 내기도 하는데, 정말이지 비싼 와인만이 맛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좀 풀렸냐고요? 네, 다행히도요. 난데없이 댄스 대회를 함께 나가자는 티파니의 제안에 어물쩡 넘어간 팻, 그리고 꽤 열정적인 연습 끝에 결국 댄스 대회에 나가게 된 둘. 끝까지 진부하지 않은 흐름에 어느새 아스팔트 같던 저의 마음이 마시던 가메처럼 실키해졌습니다. 그래, 그래도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랑 와인이 있잖아. 짜증 지뢰가 콕콕 박힌 하루에도 이렇게나마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내일은 온화하리, 다짐해봅니다. 그래, 그 사람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요. 아, 근데 저는 대체 왜 그때 바보처럼 한 마디 못한 걸까요? 하아, 2차 갑니다.
|
|
|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개봉ㅣ2013, 미국
감독ㅣ데이비드 O. 러셀
출연ㅣ브래들리 쿠퍼(팻), 제니퍼 로렌스(티파니), 로버트 드 니로(솔리타노)
한줄평ㅣ세상에는 참 다양한 미침(crazy)이 존재한다는 안도감. 근데 제니퍼 로렌스는 왜 이렇게 예쁜 거야?
포스터 이미지 출처ㅣ네이버 영화 |
|
|
WRITTEN BY 감자
2말3초를 여행매거진 에디터로 살았고, 지금은 어쩌다 IT 업계에 발 담그고 있습니다. 일단 좋아하면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반복으로 보는 습성이 있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죠. 거북이, 돌고래, 초록 정원에 차려진 와인상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점령 중입니다.
|
|
|
최근 본 콘텐츠, 마신 와인, 그외 발견한 것들 |
|
|
🍷쿠지노 마쿨, 안티구아스 레세르바스 까베르네 소비뇽 2018 (Cousino Macul, Antiguas Reservas Cabernet Sauvignon)
레드의 계절입니다. 봄, 여름 거의 화이트만 주구장창 마시던 저는 예사롭지 않은 밤 공기에 아주 간만에 레드를 한 병 따기로 결심했죠. 사실 저는 흔히 신대륙이라고 부르는 칠레, 아르헨티나 와인을 언젠가부터 잘 마시지 않게 되었는데요. 한때는 무겁도 진하게 ‘나 레드요' 하며 존재감이 낭낭하던 와인을 선호하던 때가 있었는데 왜 때문인지 나이를 먹으며 저의 와인 입맛이 서서히 가벼워져서는, 상대적으로 바디가 무거운 칠레 레드는 사실상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주 아주 간만에 칠레 카베르네 소비뇽, ‘쿠지노 마쿨’을 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꽤 장황하게 말하는 중입니다. 왜냐, 의외로(!) 맘에 들었거든요. 일단 바디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고(중간+ 정도) 탄닌도 적당했으며 오크 향이 강하지 않아서 카베르네 소비뇽 본연의 과실향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칠레 와인 특유의 채소 향이 나지 않아서 눈 감고 마시면 얼핏 프랑스, 스페인 같은 구대륙 와인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 내가 이 사람의 이런 점을 참 좋아했더랬지, 옛 남친을 추억하듯 아련하게 음미했습니다.
🇨🇱 칠레, 마이포 밸리 🍇 카베르네 소비뇽 💲2만원대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회마다 다른 사건을 다루는 에피소드형 드라마를 즐기신다면 이 드라마, 추천입니다. LA에서 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 마이클의 법정과 일상을 넘나드는 스토리의 미드인데요. 소설 원작의 시리즈가 으레 그렇듯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특색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사건의 흐름과 전개 구조도 매우 탄탄하여 남은 에피소드가 사라지는 게 아까울 정도입니다. 에피소드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재미도 재미지만, 저는 주 스토리 못지 않게 잿밥(!)도 꽤 관심을 두고 보기도 하는데요. 매번 마이클이 바꿔 타고 다니는 링컨 차의 종류라든가 (이걸로 이미 짐작 가능한 부에 걸맞는) 무지막지한 뷰를 가진 언덕 위의 집이라든가. 좀 (많이) 올드한 표현이긴 한데 드라마 전체가 '샤프'한 분위기랄까요. 적당히 긴장감 있으면서도 몰입감은 철철, 배우들도 또 어찌나 매력적인지(마이클 역 배우도 샤프 그 자체). 시즌 3가 막 나온지라 딱 한 편만 맛보기로 보고는 나머지 에피소드는 와인과 페어링해야겠다 싶은데, 아마도 메를로일 것 같습니다.
🔖 넷플릭스 시리즈 😱 스릴러(라고 장르 구분이 되어 있으나 추리 드라마라고 하는 게 여러모로 나을 듯)
여니고니
🍷 샤또 레이농 캐딜락(Château Reynon Cadillac - Côtes de Bordeaux 2015)
제 와인 취향은 조금씩 밝고 화사하며 복잡하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복잡한 일상에 와인만큼은 단순하고 경쾌했으면 하는 마음인가 봐요. 그런 의미에서 샤또 레이농 캐딜락은 제가 선택하진 않았고 다른 사람이 고른 와인인데요. 오랜만에 묵직하고 힘찬 와인을 만났더니 이게 또 그렇게 매력적이더라고요. 농익은 블랙 베리와 가죽, 카카오, 초콜릿과 같은 진하고 씁쓸하며 스모키한데 또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운 텍스쳐에 은은한 바닐라 향이 스치는, 아주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와인입니다. 새삼스레 복잡한 향을 찾는 재미를 조금 즐기고 나니 시들시들했던 마음에 에너지가 피어오릅니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죠?
🇫🇷 프랑스, 보르도 🍇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 쁘띠 베르도 💲 3만원대
일흔을 앞둔 엄마(윤여정, 69세)에겐 자식이 셋 있습니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감독 첫째 아들(44세), 아무 생각 없는 백수 둘째 아들(40세), 두 번의 이혼 후 세 번째 결혼을 앞둔 막내 딸(35세)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쎄게' 겪고 있는 중학생 손녀 딸(15세)까지. 장성한 자녀 모두가 늙은 엄마의 집에서 엄마의 등골을 쪽쪽 빨아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철도 없고 개념도 없고 예의도 없고, 가진 거라고는 동물적 본능에 불만뿐인데 심지어 출생의 비밀까지 얽혀 있어 그 꼴을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환장하겠더라고요. 그런데도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매일 손수 밥을 짓고 국을 끓이며 저녁마다 고기를 굽습니다. 그런 엄마를 앞에 두고도 삼남매는 매일 서로에게 거친 말을 뱉으며 티격태격하고요. 하지만 또 정작 위기에 닥쳤을 땐 서로가 서로를 돕는 핏줄의 힘을 보여줍니다(반전). 제각각 다른 다양한 삶의 모습에는 어떠한 정답도 없다는 영화의 메시지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하지만, 늙은 엄마 앞에서 수시로 튀어나오는 철딱서니 없는 언행들은...글쎄요, 저는 가만 둘 수 없습니다.
📺 CJ ENM, 2013년 개봉 🎥 송해성 감독, 윤여정, 박해일, 윤제문, 공효진, 진지희
|
|
|
원스 어폰 어 와인 Once Upon a Wine
once_upon_a_wine@drinkingletter.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