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이 영화X이 와인 조합 어때요?🎬🍷
June 2024 l Vol. 2
흐뭇한 여름밤 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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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스어폰어와인입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대리만족에 눈을 떴습니다. 티비 속 남의 연애를 자주 염탐하고 남의 여행에 종종 감탄합니다. 또 어떤 날에는 남의 다이어트 도전기와 귀촌 생활기에 한껏 몰입하고요. 대체로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는 할 수 없는 어려운 것을 관찰하는데, 타인의 경험은 개인에게도 간접경험으로 스며들어 의외로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이번주 원스어폰어와인은 리얼리티 시리즈 속 남의 소개팅과 영화 속 남의 밥상에 대리만족하며 곁들인 와인 스토리를 전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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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보내는 작은 보상
<리틀 포레스트> X 대시우드 소비뇽 블랑(Dashwood Sauvignon Blan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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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반드시 끝내야하는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그래서 더 이상 그 일을 미룰 수 없을 때, 그래서 매일매일 한계치에 도달할 때, 고단한 노동에 대한 나만의 작은 보상을 만듭니다. 예를 들면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가 될테니 퇴근하면 치킨에 맥주를 먹어야지,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주말에는 가만히 누워 있는거야, 다음달 말레이시아 휴가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와 같은 소소한 것들입니다. 단순하지만 앞으로 보상받을 행복한 순간을 의식적으로 상기하다보면 힘든 순간을 조금 더 쉽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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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으로 꽉 찬 한주를 버티게 한 작은 보상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소비뇽 블랑을 함께 하는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월화수목요일 야근의 연속에서 <리틀 포레스트>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 걸 보면, 주인공 혜원처럼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했나봅니다.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와 동시에 소비뇽 블랑을 연관어처럼 떠올렸습니다. 소비뇽 블랑은 풀내음을 가득 머금은 가볍고 산뜻한 화이트 와인인데요. 자기만큼 신선하고 푸릇한 채소와 정말 좋은 궁합을 이룹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소비뇽 블랑이 <리틀 포레스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고향에 왜 내려온거냐”라는 은숙의 질문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배 고파서”라고 대답한 혜원은 고향에 머무르는 사계절 내내 땅에서 자란 채소들로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뚝딱 차려먹습니다. 그야말로 소비뇽 블랑을 부르는 맛입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고 있었던 저는 함께 할 음식으로 잘 익은 참외를 얇게 썰고 부라타 치즈 한 덩이를 올려 참외 샐러드 한 접시를 준비했습니다. 요즘, 참외가 참 달고 맛있습니다. 감자 한 덩이도 노릇하게 구워 직접 만든 새콤한 차지키 소스에 찍어 먹었습니다. 감자는 지금부터 9월까지 제철입니다. 제가 준비한 음식은 영화에 나오는 음식과는 무관합니다. 그냥 며칠 동안 끼니를 대충 때우거나 배달 음식으로 배를 채웠던 저도 배가 많이 고팠나봐요. 혜원을 따라 싱그럽고 포슬포슬한 여름의 맛을 마주하니 이제야 배가 부릅니다(아직 인생의 답은 찾지 못했지만요). 매년 5월 첫 번째 금요일은 소비뇽 블랑의 날(International Sauvignon Blanc Day)이라고 해요. 비로소 소비뇽 블랑의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의미입니다. 지금 가장 맛있는 여름의 맛을 <리틀 포레스트>와 함께 해 흐뭇한 여름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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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개봉ㅣ2018, 한국
감독ㅣ임순례
출연ㅣ김태리(혜원), 류준열(재하), 문소리(혜원 엄마), 진기주(은숙)
한줄평ㅣ누구나 저마다의 삶이 있으니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인데 보면 볼수록 자꾸만 배가 고파진다.
포스터 이미지ㅣ© 영화사 수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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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여니고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경험주의자. 안타깝게도, 다행히도, 한두번 경험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가장 끈기 있게 해온 것은 한 회사에서 10년째 글을 쓰고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와인을 좋아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혼술로 충전하는 시간을 (거의 매일) 갖습니다.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면 한때 직장동료였던 감자가 자주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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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만남, 이 와인
<데이팅 라운드> X 라 포다 알바리뇨(La Poda Albariñ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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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연애를 염탐할 때면 어김없이 술이 당깁니다. 물론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주종이 다르긴 하죠. <나는 솔로>엔 소주나 막걸리를, <환승연애>엔 맥주나 하이볼을, <돌싱글즈>엔 싱글몰트 위스키를 곁들이곤 했는데요. 이날은 다름아닌 와인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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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라운드> 시즌 1, ‘예측불가, 세라'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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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소개팅 프로그램 <데이팅 라운드>를 보고 있었거든요. 막 처음 만난 남자와 여자가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시며 자신이 좋아하는 품종에 대해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이었죠. 시라,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좋다는 여자에게 '아직 메를로의 맛을 잘 모르겠다'며 피노가 좋다는 남자. 그런 그를 지그시 응시하는 여자와 그런 그녀를 귀엽게 바라보는 남자. 그 미묘하고 달달한 공기에 한껏 이입한 저는 결국 며칠 전 사둔 와인을 오픈했습니다. 시라,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피노도 아닌 저의 선택은 알바리뇨였는데요. 진득한 레드로 넘어가기 전, 약간의 워밍업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으니까요(이미 상상 소개팅 중). 가볍고 상큼한 화이트, 크게 취향을 타지 않고 꿀떡꿀떡 넘어갈 알바리뇨야말로 첫 만남의 어색함을 달래줄 식전주로 제격일 것 같았습니다. 톡 쏘는 레몬향이 훑고 간 자리에 꿀, 복숭아향이 뭉근하게 입안을 맴도는. 이윽고 남녀의 눈빛이 한층 더 반짝였고 저의 눈도 반짝였습니다.
<데이팅 라운드>의 각 에피소드는 만남을 의뢰한 주인공이 몇 명의 데이트 상대를 차례로 만난 후 최종적으로 맘에 드는 상대를 선택하는, 소위 ‘결정사’ 시스템과 같은 플롯입니다. 은근 마마보이인 회계사, 소개팅 초보 레즈비언, 사별 후 새로운 사랑을 찾는 노년 신사 등등. 직업도 나이도 다양한 사람들의 소개팅 현장을 보고 있자면, 전 세계 어디든 짝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과 얼마나 더 많은 잔을 부딪혀야 내 짝을 찾을 수 있을런지. 각 에피소드마다 온갖 오지랖 본능에 충실하며 시즌 1을 호로록 주행해버렸어요. 그리고 남은 시즌 2를 위해서라도 다음번 와인 쇼핑 때 알바리뇨를 쟁여야겠다고 다짐했죠. 혹시나 무르익을 때를 대비해 시라와 메를로도요(는 핑계고 그냥 와인을 양껏 사겠다는 의미). 이렇게 말하는 저는 사실 (안타깝게도) 실제로 소개팅에서 와인을 마셔본 적은 없고요. 소맥을 좋아하는 마지막 소개팅남과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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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감자
2말3초를 여행매거진 에디터로 살았고, 지금은 어쩌다 IT 업계에 발 담그고 있습니다. 일단 좋아하면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반복으로 보는 습성이 있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죠. 거북이, 돌고래, 초록 정원에 차려진 와인상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점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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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콘텐츠, 마신 와인, 그외 발견한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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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최근 참 잘 마셨다 싶었던 뉴질랜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입니다. 귤, 시트러스, 꿀, 복숭아 등의 상큼달큼한 향에 풀내음이 은은하게 풍기는데, 과하게 멋을 부렸다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소비뇽 블랑처럼 느껴졌어요. 안주로는 후토마키를 주문하고, 최화정 유튜브 ‘여름 국수’ 편을 곁들여 보았습니다.
🇳🇿 뉴질랜드 말보로 🍇 소비뇽 블랑 💲3만원대
최근 제 유튜브 알고리즘에 자꾸 이 영상이 뜨길래 봤더니, 그 영문을 알겠더라고요. 관객이 빼곡하게 들어찬 야외 콘서트장에서 ‘Heartbreak Anniversary’를 부르던 기브온의 손에는 화이트 와인이 한 잔 무심하게 들려 있었습니다. 거의 광적으로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들의 열기 속에 저런 목소리, 저런 바이브, 그리고 화이트 와인이라니. 저는 어쩔 수 없이(!) 샤도네이 한 병을 까고서 마치 저 현장에 있는 것마냥 꿀렁꿀렁 저만의 방구석 콘서트를 즐겼습니다.💃🎵
📖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나요? 네, 저는 아주 무수히 많습니다. 이 생각들의 출처는 어디고 왜 나는 대체 이 모든 걸 달고 사는지 답답하던 차. 서점에서 순전히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집어들었죠. 여러 챕터를 관통하는 이 책의 메시지를 하나로 요약하자면 ‘생각’은 아무런 죄가 없고 ‘사고(생각하기)’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은 애초에 좋고 나쁨의 대상이 아니며 임의로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생각에 빠져 온갖 상상과 판단을 일삼는 ‘사고’의 과정은 온갖 괴로움과 두려움을 일으키는 원흉이 된다고요. ‘아니, 그럼 생각 없이 막 살라고?’라는 의문이 드신다면, 그 해답 또한 책 안에 있습니다.
점심식사 초대를 받았습니다. 식탁에는 문어와 연어, 새우 세비체가 올랐습니다. 호스트는 시원하게 칠링해둔 풀민트 와인을 정중하게 권했습니다. 헝가리 최대 와인 산지인 토카이에서 생산한 와인인데 음식과 잘 어울릴 거라면서요. 풀민트는 주로 달콤한 귀부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품종이지만 제조 방식에 따라 드라이한 와인까지 변신이 가능합니다. 상큼한 시트러스, 청사과와 배와 같은 과일향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는 와인은 해산물 세비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낮술로도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사실, 낮술은 언제나 옳습니다.
🇭🇺 헝가리, 토카이 🍇 풀민트 💲 2만원대
생소한 품종을 만나면 호기심이 생깁니다. 곧바로 검색에 들어갑니다. 그릴로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토착 품종으로 상큼하고 가벼운 화이트와인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1만원대의 기분 좋은 가격에 주저 없이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시트러스 계열의 상큼함과 쌉싸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짭짤한 미네랄과 꿀향도 느껴집니다. 하루는 감바스와 함께, 하루는 샐러드&치즈와 함께 마셨는데 후자가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플라네타의 샤르도네이 평이 더 좋다는 걸 메모해뒀습니다.
🇮🇹 이탈리아, 시칠리아 🍇 그릴로 💲 1만원 후반대
영화 <리플리>에 플라네타 테레빈토 그릴로를 매칭해보았습니다. 미국 영화긴하지만 이탈리아 로마와 나폴리가 주요 무대로 펼쳐지는 영화라 이탈리아 와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고요. 나폴리의 아름다운 여름 바다 풍경이 자주 등장하고, 전체적인 영화의 색감에 연한 노란빛이 많아 가볍고 상큼한 레몬맛 화이트 와인과 함께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 리플리의 한없이 가벼운 거짓말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영화 자체는 가볍고 상큼하지는 않습니다.
🇺🇸 미국 | 범죄 |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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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와인 Once Upon a Wine
once_upon_a_wine@drinkingle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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